연말연시가 되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회고록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회고를 보던 중에 ‘나는 202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큼직하게 짚어보기로 했다.
재택근무 🏡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시작된 재택근무.. 처음엔 마냥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택근무는 정말 어려웠다. 특히 워라밸을 챙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출퇴근을 하면 어쨌든 회사를 떠나왔기 때문에 일을 마무리 한 기분이 드는데, 재택근무는 일과 삶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에 마침표를 찍는 시점이 매우 애매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슬랙을 확인하고, 밥 먹으며 떠오른 코드 한 줄 더 치려고 다시 의자에 앉고, 늦게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다시 늦게 잠자리에 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
게다가,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바깥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던 날도 제법 많았고, 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뜩이나 부족했던 체력도 더 떨어진 것 같다.
그럼 출퇴근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니냐,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옥철을 맞닥뜨리는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정한 올해의 첫 번째 목표는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 하루 일과를 늦게 시작하니, 하루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에 늦게 자게 되는 것 같다. 우선 이 악순환을 끊고, 바닥을 보이던 활력과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1순위인 것 같다.
M1 💻
맥북이 자꾸 제트기로 변신을 시도한다. 팬 소음을 하루 종일 듣고 있으니 없던 노이로제도 생길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생산성 저하가 매우 심각했는데, 작업 브랜치를 바꾸면 인덱싱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키보드 마우스도 동작하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 5분 이상을 낭비해야 했다. 그리고 화병이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인덱싱에 고통받고 있던 찰나, 홧김에 M1 맥북을 구매했는데 수명이 약 1.5배 정도 증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당시 인덱싱 지옥은 정말 끔찍했고, M1의 퍼포먼스는 정말 대단했다. (인덱싱의 근본적인 원인은 나중에 따로 해결)
그러니깐 M1을 고민 중이라면 무조건 사야 한다. 성능이 고민된다면, 일단 제일 저렴한 기본형을 사서 써보자. 실제로 나는 기본형 M1 맥미니(8G, 256G)에서 Xcode로 개발을 하는데, 불편함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뷰 🕵🏻♂️
1년 치 캘린더를 훑어보니, 매달 1~2회 정도 인터뷰어로 참석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꼭 오셨으면 했던 분이 2차 인터뷰를 포기하고 다른 회사로 가셨던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1차 인터뷰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나는 과연 어떤 인상을 주는 인터뷰어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되짚어본 나의 모습은, 의미 없는 얘기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고, 형식적인 질문들만 늘어놓은 그저 그런 인터뷰어였다. 만약 이 능력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매우 낮은 점수가 아니었을까?
앞으로 면접관으로 인터뷰에 참석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이런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좋은 인상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인, 동료들과 함께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택배요정 📦
연말정산 과정에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2021년에는 여행을 자주 가지도 않았고, 뭔가 기억에 남는 지출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비를 했다…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래픽카드, M1 맥미니, 스탠딩 데스크, 의자, 모니터, 커피용품’ 정도가 되겠다. 그 외에는 뭘 샀는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아마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복성 소비를 하고 있던 게 아닐까? 😰
최근 어떤 강의에서 ‘소유를 위한 소비보다 체험을 위한 소비를 해라’라는 글귀를 봤다. 그동안 체험을 위한 소비를 얼마나 했는지 떠올려보니,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횟수가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올해는 소유보다는 체험(경험)을 위한 소비를 하리라 마음을 먹어보았다. 어떤 것을 경험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지만 하나는 확실히 정했다. 일단 한 달에 1번 이상 여행 다녀오기!
Coffee ☕️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핸드드립을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하니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고, 그나마 괜찮은 카페는 너무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역시 장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추출 도구를 이것저것 질렀고, 얼마 전 싱크대 찬장 한 줄을 가득 채웠다. (뒤통수가 많이 따갑다…)
깔끔한 맛을 좋아해서 하리오 V60 드리퍼를 주로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구매한 디켄터 타입(VDD-02B)을 가장 좋아한다. 1잔 분량을 내리기엔 조금 크지만, 나는 대부분 2잔을 내리기 때문에 문제없다.
처음에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해서 호기롭게 게이샤 원두를 구매했지만, 부족한 실력 때문에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하고 버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 덕분에 물 온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이 주신 생두로 로스팅도 해봤는데, 집안에 가득 찬 연기를 빼내느라 정말 고생했다. 로스팅은 아직 나의 영역이 아닌 것을 깨닫고, 다양한 원두를 사 먹다가, 카페 뎀셀브즈의 ‘갓파더’로 정착했다.
아무튼, 나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하루 일과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이며, 복잡한 머릿속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취미인 것 같다. 올해는 틈틈이 연습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보려 한다.
운동 🚴🏻♂️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반성 말고 실천을 하자)
그나마 상반기에는 주 2회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코로나 때문에 운영이 중단돼 꾸준히 하기가 어려웠다. 필라테스 횟수를 모두 소진한 뒤에는, 아침에 일어나 중랑천 산책을 했지만, 봄에는 먼지가 많았고, 여름에는 더웠으며, 가을에는 일이 많았다. 겨울에는 잠이 많았고..🙄
그 뒤로 하반기에는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았고, 가벼운 산책조차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체력이 저하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자기 계발 👨🏻💻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기 계발이 매우 소홀했던 한 해였다. 근데 하반기에는 정말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업무량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하드코딩으로 만들어져 있는 슬랙 봇도 리팩터링 해야 하고, SwiftUI, Combine, Async/Await 등 궁금한 친구들이 아주 많다. 올해는 꼭 하나씩 빠갤 것이다.
블로그 글쓰기 📝
월 1회 이상 글쓰기를 목표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기술적인 내용으로, 각을 잡고 글을 쓰려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지금 이 회고도 각을 잡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 쓰고 있다.
가벼운 주제로 자주 글 쓰는 연습을 해보자.
2022년의 목표
1. 운동 & 아침형 인간
2021년 동안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원인인 것 같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려,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산책을 하고, 주기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보려 한다.
마침 빡세게 굴려주겠다는 지인이 있어서, 도움을 받아 볼 계획이다.
2. 잘 쉬기
휴식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끝난 뒤 즐기는 게임은 재미있지만, 수면에 방해가 되어 피로를 풀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적당히 하자.
대신, 야간 드라이브로 바람을 쐬고 온다거나(이것도 피곤할텐데?), 책을 읽는다던가, 무언가를 만든다던가 등등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그런 휴식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3. 바리스타 자격증
관심이 많은 영역이기도 하고, 프로그래밍과 다른 영역의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부터 일단 두근거림을 가져다준다.
블로그에 자격증 취득 후기를 올릴 수 있게 노력해보자.
4. 책 읽기
책은 꾸준히 구매했지만 완독 한 책이 별로 없다. 대표적으로 ‘총균쇠’가 있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읽을 엄두가 안 난다.
작고, 가벼운 내용의 책부터 시작해서,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봐야겠다.
5. 블로그 글쓰기
각 잡지 말고 편하게 써보자. 꼭 기술적인 글이 아니더라도 좋다.
6. 앱 만들기
새로 학습한 기술은 하위 호환성을 고려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업무에 녹여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개인앱인 것 같다.
앱스토어 등록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폰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앱이라도 만들어보자.
마치며
방학 동안 밀린 일기를 몰아서 쓰는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처음 써보는 거라 이게 회고인지, 일기인지, 반성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것은 회고가 맞다 🙄
다음엔 더 잘 쓸 수 있겠지! 그럼 목표 +@를 달성하기 위해,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보자!